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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UP!대전충남본부]김재학 본부장님 오피니언 자료공유
  • 작성자 : 대 **** 부 작성일 : 2013-10-31 조회수 : 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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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은 높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전형적인 가을날씨 입니다. 언제 부터인가 가을과 봄이

참으로 짧고 빨리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김재학 본부장님의 글은 이런 만추의 계절 즈음에 얼마 전 작고한 청춘문화의 대표적인 도시작가

최인호 씨의 인생관과 함께 여러가지 가을의 감정을 적절히 배합하여 서정적인 느낌을 강하게 어필한

가을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칼럼이라 하겠습니다.

 

등화가친의 계절인 요즈음, 이번 주말에는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멋진 책 한권 선택해 읽어 보시는것은

어떠실런지요?



아래 내용은 본부장 칼럼 본문 입니다.



만추(晩秋)
 
 
진한 커피 향과 스산한 바람에 뒹구는 낙엽은 왠지 가을과 잘 어울린다. 트렌치코트 폼 나게 걸치고 고즈넉한 오솔길 낙엽을 밟으며 괜스레 상념에 젖어 아스라한 옛 추억을 회상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려본 경험을 누구나 이맘때쯤 한두 번 씩은 해 보았을 터이다. 흔히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하고 가을타는 남자가 더 멋져 보인다고 하지만 실제론 그러한 낭만과는 그다지 거리가 먼 옆구리 시린 공허한 현실이 더 서글픈 자신을 느낄 때가 많다. 더구나 생기발랄한 청춘세대도 아니고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깊어진 주름살에 매일 깜짝 놀라는 우리 세대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가는 세월이 더 유수와 같고 그만큼 아쉬움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허겁지겁 바쁜 일상에 파묻혀 가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며 앙상한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때늦은 푸념도 해보지만 어쨌든 가을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추억을 담고 가는 멋지고 때론 쓸쓸하기도 한 계절이다.
 
가을이라 함은 기상학적으로는 9~11월을, 천문학적으로 추분(秋分)부터 동지(冬至)까지를, 절기상으로는 입추(立秋)부터 입동(立冬)사이를 일컫는다. 본디 이 시기는 우리나라를 덥고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되어 남쪽으로 물러나고 북쪽 시베리아에 고기압이 형성됨에 따라 만주 쪽에 북상해 있던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가을장마가 잦았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특별한 태풍(颱風)피해가 없어 대풍(大豊)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가을 태풍으로 인해 때 아닌 고통을 겪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그들이 더 이상의 피해와 고난이 없이 무사히 가을을 나도록 이웃된 도리로서 기원하는 바이다.
 
얼마 전 강원도 산간지방에 얼음이 얼었다는 기상뉴스를 들으면서 새삼 가을이 참 짧다는 생각을 해본다. 맑은 하늘이 높아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금세 아침저녁으로 몸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 벌써 겨울이 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버린다. 우리나라 삼천리금수강산이 아름다운 것은 사계절이 있기 때문이라지만 야속하게도 요즈음은 봄과 가을을 제대로 느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여름과 겨울로 곧장 접어들고야 만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들’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오히려 무색해진다. 그렇다면 가을이 유독 짧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작은 마음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우리 현대인의 바빠진 일상도 분명 한 몫 하는 듯하다.
 
날씨가 선선한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자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도 하여 독서의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늘 이맘때면 독서 장려운동이 벌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은 듯하다. 반면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바라보기도 하는 ‘조락의 계절’ 이기도 하다. 이즈음에 문득 얼마 전 작고한 소설가 최인호씨가 생각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리라. 책표지에 얼굴이 실린 최초의 작가,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가장 많이 영화화 된 소설작품의 작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소지한 그가 특히 이번 가을에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젊은 시절 세련된 ‘도시 문학’으로 청년문화의 중심에 섰던 그가 거둠의 계절인 가을에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아마도 항암치료 중 손톱이 빠진 손가락에 골무를 끼워가며 써내려간 인생의 가을을 아름답고 붉게 물들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청명하고 높은 하늘, 뒹구는 오색낙엽, 노랗게 물든 황금벌판, 갓 볶아낸 커피의 은은한 향기, 묵직하고 깊은 첼로의 선율....... 올 가을이 성큼 가기 전에 이 아름다운 만추를 충분히 즐길 준비는 되셨는지?